“아빠가 강간=‘놀이’라고해…다들 그렇게 노는줄 알았다”성폭력 보호시설 입소한 피해자들 사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그는 종종 머리가 아프거나 불안하다고 주변 사람에게 호소한다. 방에서 혼자 잠을 자기도 두려워한다. 고교 3학년이던 2010년, 집에서 새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였다. 엄마는 “아빠가 감옥에 가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담임교사에게 털어놓고 집에서 몰래 나왔다. 요즘은 지방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지낸다.
성폭행 피해자 보호시설에 들어간 여성 중에는 A 씨처럼 가족에게 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가해자가 가족이기에 돌아갈 집이 없다.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피해자 보호시설의 소장 B 씨는 “심리적 상처가 너무 커서 상담과 치료를 받아도 쉽게 극복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성폭력이란 걸 알게 됐다. 마음이 심란해 학교를 빠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말, C 양은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아빠를 고소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감옥에 가면 동생이 보육원에서 살까 봐 걱정해서다.
C 양은 보호시설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사소한 다툼이 생길 때마다 “아빠한테 배웠다”며 물건으로 때리고 할퀴었다. 가해자인 아빠를 가끔 그리워하기도 했다. 가족으로서의 정을 완전히 잊기 힘들었다. “아빠 생각에 공부가 안 된다”고 상담교사에게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상담교사는 두 사람을 앉혀놓고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이후 C 양은 상담을 꾸준히 하면서 음악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해져 보호시설에서 몰래 나간 적이 있다. 돌아온 뒤에는 도둑질과 폭식을 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자퇴하겠다” “병원에 입원시켜 달라”면서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다른 보호시설로 옮겨야 했다.
보호시설 소장 B 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겪는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한편 피해자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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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