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벌인 기사 아내 “내가 스스로 들어간 것” 주장
5일 오전 9시 반경 전남지방경찰청 112 지령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남 여수시 화장동 모 아파트 골목에서 40대 여성이 영업용 택시 트렁크에 실려 납치됐다는 신고였다. 이 아파트에 사는 신고자는 용의 차량이 회색계열이며 차량 지붕에 주황색으로 보이는 캡이 부착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령실은 곧바로 광주공항에 있는 항공대에 연락해 헬기를 띄우도록 하고 여수경찰에도 긴급 출동을 지시했다.
여수경찰서는 형사과 강력팀과 기동타격대, 파출소 직원 등 100여 명을 사건 발생 지점 인근 도로와 외곽도로에 배치하고 택시를 상대로 검문검색을 벌였다. 긴급 상황은 1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경 용의자 김모 씨(49)가 여수시 소라면 택시회사 사무실에서 붙잡히면서 끝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45)의 외도를 의심해 부부싸움을 벌이다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 트렁크에 부인을 태우고 가 집 앞에 내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이날 오전 집에 아내가 없어 찾아 나섰다가 만나 뛰어내리지 못하게 하려고 트렁크에 태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의 아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데다 트렁크에 스스로 탔다고 주장해 김 씨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