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 90% 사회환원’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 겸 알앤엘 줄기세포기술원장(49·사진)은 5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황우석 사태와 부정적 언론보도 등 힘든 일을 겪으면서 ‘돈과 명예에 집착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을 기업의 주인이 아닌 관리인이라고 생각하면 공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본보 9월 5일자 A27면… 라정찬 회장 “내 재산의 90% 1000억원 사회에 바칩니다”
그는 4일 알앤엘바이오 및 계열사의 주식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전 재산의 90%를 10년 안에 베데스다생명재단, 예성의료법인, 한국기독교학술원, 중앙학원 등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치로 1000억여 원 규모다.
이번 사회 환원 결정을 두고 가족들은 “올 것이 왔다”며 담담해했다고 한다. “2005년 알앤엘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한 뒤 아내와 한마디 상의 없이 수원중앙침례교회와 서울대, 중앙학원과 극동방송에 주식을 10만 주씩 기부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내는 이런 일이 올 줄 짐작하고 있었죠.”
현재 이화여대 생명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둘째 딸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했지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 라 회장은 “창업 세대들의 결단이 있어야만 부의 사회 환원이 촉진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라 회장은 2000년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했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5년 말 ‘황우석 사태’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한 것은 배아줄기세포로, 라 회장의 분야인 성체줄기세포와 차이가 있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에 대해 여전히 불신이 있지만 논문과 치료 결과로 효과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 회장은 알앤엘바이오가 올해 하반기(6∼12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체줄기세포 보관은행 ‘바이오스타’에 세포를 보관하는 고객수가 1만7000명으로 늘어난 데다 자가성체줄기세포를 추출 배양 보관하는 기술을 수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연골을 치료하는 ‘조인트 스템’ 등이 의약품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시술할 수 있게 되면 내년 매출이 13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매출은 531억 원.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