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한화 류현진. 야구인 30명 중 26명은 “올 시즌 후 바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만약 한화 구단주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11명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대전|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야구계 파워엘리트 30명 설문…“류현진 해외무대 도전, 언제가 좋을까?”
“더 어린나이·가장 좋을 때 진출 최선”
“올시즌 후 도전” 26명 압도적인 지지
절친 김태균 “준비기간 더 필요” 조언
11명 “내가 구단주면? 당장은 못보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설문 참가자 30명 중 26명이 올 시즌 후 류현진이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해외에 도전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선수시절 포스팅시스템과 비슷한 형태인 임대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는 “조금 더 어리고 힘과 기량이 충만할 때 꿈을 위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광근 SK 수석코치는 “2년 후에는 류현진도 서른에 가까워진다. 메이저리그에는 지금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 때 공에 가장 힘이 있는 투수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삼성 투수 배영수는 “선수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현재 한국 최고 투수다. 가장 좋을 때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포스팅은 팀을 선택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KIA 투수 서재응은 완전 FA 자격을 취득한 뒤 나가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답한 3명 중 한명이다. 그 대답에는 경험자로서 후배의 앞날을 걱정하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서재응은 “포스팅은 선수에게 구단 선택권이 없다. 내셔널리그가 처음 적응하기에는 더 유리한 점이 많다. FA가 되면 더 많은 금전적 수익도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팀, 내게 유리한 팀을 택할 수 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충고했다. 류현진의 팀 선배인 김태균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태균은 “본인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사적인 자리에서 ‘FA 때 가라’고 말한다. 친한 형으로서 현진이가 실력적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보지만 아직 준비가 모라란 게 아닌가 싶다. 이치로(뉴욕 양키스)는 일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영어공부를 하고 메이저리그를 분석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단의 딜레마
만약 당신이 한화 구단주 또는 관계자라면? 이 같은 가정에 30명 중 11명이 ‘올 시즌 후에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11명 중 상당수는 첫 질문에서 ‘류현진을 올 시즌 종료 후 보내줘야 한다’고 답했었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관건은 포스팅 머니다. 구단이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 고참 선수는 “한국 최고 투수의 위상, 선수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이다. 한국프로야구는 넥센을 제외한 모든 팀이 대기업의 소유물이다. 구단의 금전적 수입보다 성적과 흥행을 통해 모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큰 운영목적이다.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 소유의 야구단이 2년 동안 30승 이상이 가능한 에이스를 포스팅 머니와 바꾼다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2년 뒤 류현진이 완전 FA가 돼서 해외로 떠나면 한화는 돈도, 보상선수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구단의 첫 번째 고려사항은 팀 성적이다. 최상의 선수를 계속 보유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도 “내가 구단주라면 내줄 수 없는 카드 아니겠느냐. (한화는) 감독도 바뀐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것도 변수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판단은 이제 한화의 몫이다. 다만 “새 감독이 판단할 문제다”라는 한화 구단의 현재 입장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비쳐질 수도 있다. 팀 재건을 원한다면 새 감독에게 힘을 줘야지 벌써 방패로 삼을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한화 구단이 먼저 확고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