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판에서 애플이 한국인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외국의 법률회사는 한국 법정에서 소송 대리를 하는 일이 금지돼 있다. 2017년 송무(訟務) 시장이 개방된 후에도 국내법 체계를 잘 모르고 한국어도 서툰 외국인 변호사는 한국인 변호사의 보조 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삼성-애플의 미국 재판에서 삼성은 미국의 최고 법률회사인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번에 소송을 맡겼다.
▷김앤장이 애플의 소송대리인이 된 것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도 곱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법률회사가 외국 기업에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이 대외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국내 로펌들은 이런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여론 눈치를 보느라 한국 변호사들이 소송 대리를 기피한다면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소송으로 가면 필패(必敗)’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외국 기업들을 내쫓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가재는 게 편’ 식의 판결이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한국 법원이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쪽이 국익에 보탬이 된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주민들이 배심원이었지만 한국 법원의 재판장은 지식재산권 국제 소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딴 판사였다. 판결 내용도 훨씬 전문적 객관적이었다.
▷이 같은 논의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논리와 아주 닮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클로드 바스티아는 “상대가 보호무역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보호주의로 보복하겠다는 것은 상대국이 암벽 해안이기 때문에 우리도 멀쩡한 항구를 파괴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제학도들이 이 말의 이론적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홍콩 싱가포르는 ‘상대의 태도와 무관하게’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