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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의 비둘기표 엑쓰란 혼방사 광고(동아일보 1968년 8월 29일)는 “이건 내 솜씨예요!”라는 헤드라인에 털실 스웨터를 제시하고 있다. 광고에 제시된 스웨터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요즘 스웨터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다. 사람의 머리 부분을 털실 뭉치로 묘사하고 실타래를 풀어 머리카락이 날리는 듯이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다. “온 가족의 옷을 정성들여 짠다는 것은 주부들의 보람차고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당신의 행복 가족의 행복을 비둘기표 엑쓰란 혼방사로 짜 보세요”라는 보디카피에서 전통적인 주부상을 엿볼 수 있다.
혼방사(混紡絲)란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섬유를 한데 섞어 만든 실이다. 여성들은 그 실로 뜨개질을 했다. 옷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성들의 보편적 취미였기에.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뜨개질처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틈틈이 바쁘게 손을 놀려 스웨터나 목도리를 뜨지만 완성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개질을 효율로만 평가할 수 없다. 누군가 애인을 생각하며 뜨개질을 했다면, 그건 옷을 뜬 게 아니라 사랑을 뜨개질한 것이다. 실종된 남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날마다 낮에 짰던 천을 밤이면 다시 풀어버렸던 페넬로페처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