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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칼럼/안요섭]북한 젊은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입력 | 2012-09-07 03:00:00


안요섭 미국 존스홉킨스대 1학년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2004년 모 방송채널에서 방영된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북한 친구들을 TV에서 볼 수 있다는 데 매료됐다. 곧 통일이 될 거라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다.

인기 개그맨 신동엽 씨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남북한 어린이들이 퀴즈대회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알아 가고 통일의 염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자칫하면 딱딱해질 수 있는 통일 콘텐츠를 예능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할 수 있게 담아 내고 통일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정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 북한의 무력 도발로 안보 문제가 급부상하자 통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뒷걸음질하는 모습이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의 가계도와 군부서열을 조명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요즘엔 부인 이설주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일련의 보도를 보면 마치 북한 연예TV를 시청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처럼 김정은에 대한 기사와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탈북자나 일반 북한 주민의 삶을 조명하며 통일 문제를 다루는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불균형적인 언론의 보도 행태가 팽배해지다 보니 국민이 북한 사람들을 이해할 기회는 더욱 적어지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 북한 사람은 통일을 함께할 대상이 아닌 단지 안보를 위협하는 ‘적’ 그리고 거부감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통일세대가 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하나같이 “김정일과 김정은을 신봉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보다는 북한 권력의 향방에만 관심을 보이는 편중된 보도의 폐해라는 것을 탈북자들과 단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 보면 안다.

비록 북한 정부는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나 북한 동포들은 우리가 포용해야 할 대상이며, 함께 통일의 길을 걸어가야 할 동족이다. 그렇기에 언론은 이 시점에서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다양한 북한 정보와 통일 콘텐츠를 제공해 국민이 북한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통일 콘텐츠에는 무엇이 적합할까. 좋은 예로 채널A에서 방영되고 있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들 수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이 토크쇼는 탈북 여성들을 초대해 북한 내 삶과 탈북 과정의 고초, 그리고 남한 적응기를 얘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통일을 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채널로 확대된다면 많은 이의 대북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을 먼저 이룬 독일에서는 언론사들이 합심해 통합 전부터 동독에 대한 교육,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이질감 회복과 통일의 염원을 높였다. 비록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정세의 복잡성으로 인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국민의 일관된 지지와 지속적인 관심 없이 통일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런 점에서 통일 전 독일 언론의 보도 자세는 우리 언론이 벤치마킹해 응용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안요섭 미국 존스홉킨스대 1학년 통일부 대학생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