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압박에 어머니 살해 고교생, 2심도 징역 3년6개월
지난해 3월 성적에 대한 압박과 학대를 못 이겨 자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한 혐의(존속 살해)로 구속 기소된 지모 군(19). 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지 군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조경란 부장판사(52·사법시험 24회)는 눈물을 내비쳤다.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패륜을 저지른 사춘기 청소년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情) 때문이었다.
서울고법의 유일한 여성 재판장인 조 부장판사는 황토색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지 군을 잠시 바라보다 “성장 기간 내내 모친으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특히 외고 입학시험에 떨어진 후 학대가 심해졌다”며 “지나친 학대로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조 군이 2008년 이후 어머니에게 골프채로 한 번에 100∼200대씩 수년간 맞았고 범행 당시 사흘 동안이나 잠을 못 자고 밥도 굶은 상태였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지 군은 범행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재판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흐느끼는 듯 이따금 어깨가 흔들렸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는 이날 지 군에게 1심과 같이 징역 장기 3년 6개월, 단기 3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실형 선고 이유를 밝히면서 안타까운 듯 눈물을 보였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피고인 부자가 제출한 반성문과 탄원서를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도 일정 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로 자신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 부자가 의지하는 하나님에게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방청석에 있던 지 군의 가족과 일부 방청객들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