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태양에서 180억km 거리 비행 중
이렇듯 보이저 1호에 모든 이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져 외로이 우주공간을 가르는 우주선이 있다. 바로 올해 40세 생일을 맞은 ‘파이어니어 10호’. 지구와 연락은 끊겼지만 보이저 1호보다 5년 먼저 발사된 이 탐사선은 선구자라는 이름처럼 장거리 우주탐사선의 ‘원조’다.
○ 목성에 다가간 파이어니어 10호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크고 작은 소행성들로 이뤄진 소행성대가 있는데, 1960년대까지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약 3000개의 소행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행성이 5만 개나 있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이 소행성들의 궤도를 모두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요행만 바랄 수밖에 없었다.
목성에 13만 km까지 근접하는 데 성공한 파이어니어 10호는 탐사선 최초로 수많은 목성의 컬러 사진을 보내왔다. 이후 파이어니어 10호는 120억 km 지역을 날다가 2003년 1월 23일 통신이 두절됐다. 현재는 지구로부터 약 157억 km 떨어진 곳에서 황소자리를 향해 날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쌍둥이 탐사선인 ‘파이어니어 11호’는 1973년 발사돼 1979년 토성을 처음으로 관측한 뒤 1995년부터 통신이 두절됐다. 파이어니어 11호는 현재 연료가 닳고 교신도 되지 않지만 관성에 의해 방패자리의 별을 향해 127억 km를 날아가고 있다.
○ 후배 탐사선들도 맹활약
파이어니어에 이어 보이저 1, 2호는 1977년 16일 간격으로 각각 발사됐다. 둘은 목성과 토성까지 비슷하게 날아가다가 1호는 바로 태양계 밖을 향했고,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차례로 관측한 뒤 1호의 뒤를 따랐다. 초속 17km로 비행하는 보이저 1호는 탐사선 중 가장 먼저 태양계 가장자리인 태양권계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권계면을 완전히 벗어나면 태양계 바깥 우주공간에서 날아오는 성간입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1997년에 발사된 토성탐사선 ‘카시니’는 2004년부터 토성 주위를 돌며 지금까지 꾸준히 관측 자료를 보내고 있다. 2004년 발사된 ‘메신저’는 태양과 지구 사이 행성을 관측하는 장기 우주탐사선이다. 금성을 거쳐 지난해에 수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파이어니어, 보이저처럼 먼 우주 탐사를 목표로 한 ‘뉴호라이즌’은 2006년 발사돼 지난해 천왕성을 지났으며 2015년이면 인류 최초로 명왕성에 근접할 예정이다.
○ ‘밥의 힘’ 아니라 ‘원자력’ 덕분
장거리 우주탐사의 원동력은 바로 ‘방사성 동위원소 활용 전력공급장비(RTG)’다. 일반적인 우주선은 태양을 원동력으로 삼지만 화성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태양빛이 약해 방사성 물질을 쓸 수밖에 없다. 또 RTG는 태양 전지판보다 무게가 10배나 가볍다는 장점도 있다. 이 덕분에 보이저 1호는 2025년까지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의 거리는 상상을 초월해서 목성에 있는 탐사선과 신호를 한번 주고받으려면 70분 가까이 걸린다. 이 때문에 먼 우주를 향한 우주탐사에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로 자리 잡았다.
소형승용차보다 작은 우주선에 원자로와 각종 과학 측정기기 및 통신기기를 집어넣는 기술은 오늘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집약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