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과수원-양식장 찾아… “기가 막혀서 펑펑 울고싶다”광주선 문재인과 잠깐 인사
낙과 피해 농민 위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오른쪽)가 6일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전남 신안군의 한 과수농가를 방문해 배 재배 농민을 위로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대선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호남을 찾았다. 신안=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정준길 공보위원에게서 “안 원장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들과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친구 사이인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 얘기한 것일 뿐 협박이나 불출마를 종용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듣고 이를 박 후보에게 즉각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후보는 정 위원이 직접 언론에 해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친구 사이에 편하게 오간 얘기를 갖고 불출마 협박을 했다고 폭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참모들에게서 여론 반응 등을 시시각각 보고받는 등 안 원장 측 주장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후보는 이날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할퀴고 간 전남 신안군과 진도군의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박 후보는 신안군 압해읍 복룡리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순임 씨(73)의 과수원을 찾아 “배가 너무 많이 떨어졌네요. 상심이 크시죠. 얼마나 막막하고 기가 막히겠습니까”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 후보는 20여 분 동안 강풍에 떨어진 배가 바닥에 방치돼 악취를 풍기는 과수원을 둘러본 뒤 김 씨의 손을 잡고 “저도 너무 기가 막혀서 펑펑 울고 싶네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안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태풍 피해가 커 민생 챙기기가 필요한 지역이기도 했지만 전남의 첫 방문지를 상징성이 있는 신안으로 택한 것에는 국민대통합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박 후보는 이어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를 방문해 태풍 당시 정전으로 전복이 집단 폐사한 양식장을 둘러봤다. 마을 초입에는 박 후보를 보기 위해 인근 주민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광주·신안·진도=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