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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사건 - 兵風의혹 - BBK… 5년마다 폭로전

입력 | 2012-09-07 03:00:00

대선흐름 바꾸기도 했지만 상당수 허위거나 역풍 맞아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종 폭로가 끊이지 않았다. 이 중에는 대선의 흐름을 바꾼 메가톤급 폭로도 적잖았지만 상당수는 나중에 허위로 밝혀지기도 했다.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 측은 부산 지역 정부기관 기관장들이 모여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선거에 개입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을 몰래 녹음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른바 ‘초원복집 도청사건’이다.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여권의 김영삼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정 후보 측의 기획성 폭로였다. 그러나 결과는 불법감청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김 후보 지지표를 결집시키는 역풍을 불러왔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여당은 “김대중 후보가 365개의 가·차명 계좌에 입금액 기준으로 670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 일가친척들을 총동원해 각 은행 계좌로 분산해 돈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여당은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결정으로 비자금 수사는 대선 이후로 보류됐다. 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비자금 수사도 유야무야돼 결과적으로 이 폭로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는 폭로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 씨가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병풍(兵風) 의혹’ 폭로와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 씨가 기양건설에서 10억 원을 받았다’, ‘이 후보가 최규선 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 후보는 박빙의 승부에서 57만 표 차로 패배했다. 선거가 끝난 후 이 의혹들은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폭로의 당사자들은 모두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왜곡된 선거 결과를 바로잡을 길은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에 대한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 ‘BBK 주가조작 의혹’ 주장에 이어 BBK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이 후보는 연이은 BBK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업고 승리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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