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의결해 정부로 이송한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법’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에 제정된 특검법들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청와대나 국회가 아닌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이 하도록 했다. 이번 특검법은 국회 선출도 아니고, 민주통합당이 후보자 2명을 전부 추천하게 돼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의 고발인이다. 고발인이 추천한 특검 후보 중에서 피조사자가 무조건 한 명을 골라야 하니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이런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까지 훼손하면서 대통령을 야당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6명이 반대했지만 기권한 새누리당 의원 2명 때문에 통과됐다. 본회의에서도 재석 의원 238명 중 146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무책임하다.
역대 9차례 특검법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시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국을 마비시켰다. 이번 특검법의 대상은 이 대통령과 가족이 관련된 사건이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수사 회피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올해 6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와 김인종 전 대통령경호처장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해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떳떳하다면 가혹한 검증도 받아들여야 한다. 피조사자가 입맛대로 특검을 고를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대범하게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검이 무리한 기소를 하면 법원이 최종적으로 퇴짜를 놓을 것이다. 다만 특정 정당이 특검 후보 추천을 독식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