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처럼 일본의 ‘독도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1999년 1월 발효된 신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협정을 파기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신한일어업협정은 1994년 11월 발효된 ‘유엔 신해양법 협약’에 따라 체결됐다. 한일 양국은 원래 1965년 1차 어업협정을 맺고 양국 연안부터 12해리(약 22km)를 배타적 권리를 갖는 ‘어업전관수역’으로 정했다. 그러나 유엔 신해양법은 각국이 연안부터 200해리(약 370km)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일본은 선수를 쳤다. 1998년 1월 1차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것. 더 넓은 수역을 EEZ로 확보하고 나아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한국 정부는 충분한 준비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이 자리에서 일본은 자국 EEZ 안에 독도를 포함시키려고 EEZ 기점을 독도에 두겠다고 통보했다. 또 한국의 EEZ 기점은 독도가 아닌 울릉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에 끌려다닌 굴욕 협정”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1998년 10월로 예정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전에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일본 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 당국자는 “중간수역 설정은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내린 결정”이라며 “유엔 해양법은 무인도를 EEZ의 기점으로는 설정할 수 없도록 하여 독도를 기점을 삼지 못하고 중간수역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신한일어업협정을 통해 한국 어선이 조업할 수 있는 수역이 종전보다 훨씬 넓어져 오히려 일본 어민들이 협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파기하면 예전처럼 연안 12해리 내에서만 조업을 할 수 있어 어민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독도영유권 문제 역시 어업협정과 별개라는 주장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한일어업협정은 영토에 관해선 적용되지 않는 협정”이라며 “아무리 어업권에 한정했더라도 경우에 따라 (일본의) 구차한 주장이 될 수 있고 2006년부터 일본과 논의가 진행 중인 EEZ 경계 획정 등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될 문제이기 때문에 착실히 준비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