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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후진적 농업국가를 17위 무역대국으로 탈바꿈시킨 사나이

입력 | 2012-09-08 03:00:00

◇마하티르-수상이 된 외과의사/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지음·정호재 김은정 외 옮김
792쪽·2만8000원·동아시아




“경제 분야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87)는 본보와의 인터뷰(본보 8월 25일자 A3면 참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6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소식에 그는 분명 반가워했을 것이다.

이 자서전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에서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펴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동방정책 이전에 우리 국민은 스스로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억압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한 일이라면, 우리도 잘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그는 22년의 통치 기간에 자신의 조국을 후진적 농업국가에서 전 세계 17위 무역대국으로 키워냈다. 또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를 내건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재정 대신 독자적 금리 인하와 고정 환율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두툼한 자서전에 그는 자신의 철학과 생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장기독재와 경제성장 정책으로 ‘말레이시아판 박정희’로 불리기도 한 그는 서방세계와 제3세계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했으며, 뿌리 깊은 종족 간 갈등을 봉합하고 이슬람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