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오항녕 지음/372쪽·1만7000원·너머북스
1623년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은 조선시대 내내 대표적인 ‘혼군’(昏君·판단이 흐린 임금)으로 불렸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광해군은 실용주의 외교와 대동법을 추진해 민생을 개혁한 택민(澤民) 군주로 재평가됐다.
광해군을 실용주의 중립외교의 개혁군주로 재해석하는 것은 보수-진보, 남북한의 역사학자들에게서 공통적이다. 심지어 광해군을 ‘민족 화해와 통일의 거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해결할 지혜를 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주장도 나온다.
‘대동법이 양반 지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통념과 달리 저자는 광해군과 핵심 집권세력이 대동법에 반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후금에 대한 실리외교도 기조나 원칙, 상황을 제어할 능력도 없이 펼쳐진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숱한 옥사와 대동법 실패, 궁궐 공사에 국력을 낭비하다 보니 당시 국방에 쓸 자원과 군비가 허술해졌다”고 지적했다. “광해군 재임 기간은 조선에게는 ‘잃어버린 15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동아시아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