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기분이래요.”
금메달을 목에 건 최예진(21·나사렛대)은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엄마 문우영 씨(50)를 보며 뭔가 중얼거렸다. 취재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경기 내내 보조요원으로 함께했던 엄마는 신기하게도 딸의 말을 옮겨 전했다. 하루 스물 네 시간을 함께하기에 눈빛만 봐도 딸의 생각을 알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최예진은 9일(한국 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보치아 BC3(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중증장애등급) 개인전 결승에서 2008 베이징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정호원(26)을 4-3으로 꺾었다. 남녀 구분이 없는 보치아 BC3에서 여성이 금메달을 딴 것은 패럴림픽 사상 최예진이 처음이다. 그는 2엔드까지 2-0으로 앞서다 3엔드에서 2-3으로 역전을 당했지만 최종 4엔드에서 치밀한 수비와 과감한 공격으로 2점을 따내 재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뇌병변장애 1급인 최예진은 경기를 할 때 왼(왼쪽), 위, 오른(오른쪽) 같은 짧은 단어와 눈빛으로 보조기구인 홈통의 높이와 방향을 엄마에게 ‘지시’한다. 엄마는 공이 놓여 있는 뒤쪽을 돌아볼 수 없으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딸의 손발이 돼준다.
런던=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