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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 TALK’]미시史로 본 광고와 인생

입력 | 2012-09-10 03:00:00


동아일보 DB

이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려 한다. 좀 더 세세하고 시시콜콜한 광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미시사(micro history)라는 방법에 기대어 여기까지 달려왔다. 곽차섭 교수(부산대)의 비유처럼, 롱숏으로 역사를 보는 방법이 거시사라면 미시사는 줌 렌즈로 사물을 당겨 보는 것이다.

정통적 역사연구 관점인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옛것을 풀이할 뿐 창작하지 않음)에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토크 시리즈에서 단서를 통해 과거를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술이작(述而作)’을 시도했다. 커피 향을 즐기듯 역사의 향기까지 맡고 싶었기 때문.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 커피 광고(동아일보 1971년 1월 14일)는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사실 수 있는 맥스웰하우스 인스탄트(인스턴트) 커피”라는 헤드라인 아래, “마지막 한 모금까지 신선한 향기가 살아있읍(습)니다”라며 향의 혜택을 내세웠다. 남미에서 원두를 직수입해 ‘생산에서 공급까지 50시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커피 향이 살아있다는 것. ‘세계적인 커피의 명문’인 맥스웰의 기술과 품질보증을 바탕으로 수출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커피가 담긴 병을 크게 제시함으로써 상품 자체를 강렬한 매력으로 부각시켰다.

인생이란 어쩌면 한 잔의 커피와 같다. 한 외국 영상물 내용을 소개한다. 서른 명이 만나는 어떤 모임. 원두커피가 끓고 있다. 호화로운 장식의 잔부터 종이컵까지 다양한 커피 잔이 놓여있다. 사람이 많아 같은 잔을 준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커피를 담아 가라는 손짓에, 사람들은 호화로운 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그중 한 명이 종이컵을 집어 들며 말한다. “잔이 아닌 커피가 더 중요한데….” 맞다. 커피의 품질은 안중에 없고 커피 잔에만 신경 쓰는 풍조가 주변에도 만연해 있다. 잔(겉포장)에 먼저 신경 쓸 게 아니라 커피의 품질(내용)을 점점 높인 후, 능력이 될 때 잔까지 고급으로 갖춘다면 더 낫지 않겠는가.

광고라는 잔에도 인생이 담겨 있다. 광고를 상품 판매 메시지로만 본다면 화려한 잔만 보는 것이다. 광고에서 당대 문화의 표정을 읽었으면 싶다. 연재를 마치며,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전화나 e메일로 격려해주시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리트윗 해주신 열성 독자들께도.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