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국내 출간 앞둔 세계적 신학자 한스 큉 e메일 인터뷰
한스 큉 교수는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슬람과 이슬람국가의 민주화에 대한 좋은 글이 많이 발표돼 세계인들에게 이들의 실제적 이미지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와 진실 제공
세계적인 가톨릭 신학자이자 종교학자로 종교 간 소통과 화해에 앞장서온 한스 큉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84)는 ‘한스 큉의 이슬람: 역사 현재 미래’(이하 ‘이슬람’·시와 진실·사진)의 국내 출간에 맞춰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2004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슬람’은 큉 교수가 25년간 이슬람의 본질과 역사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로 11일 출간된 한국어판 분량이 1300쪽에 달한다. 큉 교수와의 인터뷰는 독일어로 진행됐으며 번역은 이 책의 번역자인 손성현 신학 박사가 맡았다.
―가톨릭 신학자로서 이슬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큉 교수는 ‘이슬람’에서 “세계인들 사이에서 이슬람은 ‘적대자’, ‘이상적’, ‘실제적’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대자 이미지는 이슬람을 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들과 산유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 등 서방의 각국 지도자들이 유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반면 이슬람의 모든 것을 미화하는 이상적 이미지는 ‘모든 사람을 무슬림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적 이미지는 토론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도출해낸 이슬람의 실체로, 평화롭게 종교적 삶을 실천하는 대다수 이슬람 사람들의 전통을 안으로부터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11년이 지났다. 이슬람의 세 가지 이미지 중 현재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 어떤 것이 가장 지배적이라고 보는가.
“안타깝게도 적대자 이미지와 이상적 이미지 모두 강화됐다. 그리스도교 근본주의자와 이슬람 극단주의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와 부화뇌동하는 정치학자 등 양극단에 선 이들의 잘못된 처신 때문이다.”
―‘이슬람’ 출간 후 이슬람 세계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특히 재스민 혁명(2010, 2011년에 벌어진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혁명)은 독재 정권을 겨냥한 격렬한 저항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아랍의 봄’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1928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큉 교수는 1954년 가톨릭 사제 품을 받았고 1960년 독일 튀빙겐대 정교수로 부임했다. 교황의 무오류설과 여성 사제, 사제 결혼 등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리와 교황청의 보수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교회의 쇄신을 역설하다가 1979년 교황청으로부터 신학자 권한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