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애도 어린이집 이용 부추기는 무상보육… 엄마 70% “불만”
《 정부가 올해부터 만 0∼2세 영유아에 대해서도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빚어진 ‘보육대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서울, 경기와 6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국내외 취재를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3회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한다. 》
○ “부모에게 선택권을”
어린이집 이용 급증해…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인왕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정부의 보육시설을 통한 무상보육 지원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2세 영유아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정작 아이를 맡길 곳이 꼭 필요한 맞벌이 가정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응답자의 절반가량(49.5%)은 현행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지급 대상과 차이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 정도(77.7%)는 복잡한 현행 제도보다는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보육료를 지원받을 경우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겠다는 응답자도 81.6%나 됐다.
다만 아직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 이용 중인 보육시설에 대한 만족도(35%)는 제도 자체에 대한 만족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0∼2세 영유아 138만여 명 중 34%인 약 47만 명은 보육시설도 이용하지 않고 소득 하위 15%에 주는 양육수당도 받지 못해 무상보육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국 농어촌 지역 1416개 읍면 중 426개 지역에는 아이를 맡길 만한 보육시설 자체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 “세대 간 단절 부추겨”
대기자 수만 수백명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한 아이의 부모가 어린이집 등록 신청을 하기 위해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집 근처 세 곳의 어린이집 대기자가 각각 238∼442명에 이른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이 때문에 일부에선 보육시설 이용이 꼭 필요한 맞벌이 부부 등이 정작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면서 일부 ‘워킹맘’은 “이런 무상보육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 0∼2세 영유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지난해 50% 안팎에서 올해 4월 말 57%까지 치솟아 덴마크, 스웨덴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여성 취업률은 한국(약 30%)의 두 배가 넘는 70%대다. OECD는 만 2세 이하 영유아는 부모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가능하면 가정에서 양육하는 게 바람직하며, 시설 이용은 30% 미만이 적정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 기고를 통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된 현행 무상보육 체계는 부모의 역할과 선택권을 제한해 아이와의 세대 간 단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무상보육 확대로 인해 올해 지방자치단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6600여억 원이다. 서울 서초구는 이미 예산이 고갈됐으며, 지난달 신용카드사에 내야 할 보육료를 내지 못해 카드사에 대납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초구를 시작으로 9, 10월 지자체 보육예산 고갈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수요 예측을 잘못한 중앙정부에 전액 부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앙정부 역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으로 중앙정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체 보육시설의 90%를 차지하는 민간 보육시설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5월 보육료 인상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복지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 여론조사 어떻게 했나
이번 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2주간 글로벌리서치가 서울, 경기와 6개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0∼5세 자녀를 둔 여성 1529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1000명)과 온라인(529명)을 통해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지역별, 연령별로 임의 추출해 이 중 조사에 적합한 대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조사 대상은 △25∼29세 △30∼34세 △35∼39세로 나눠 각각 추출했으며, 월 소득 수준은 △300만 원 미만 △300만∼399만 원 △400만∼499만 원 △500만 원 이상 등 고르게 분포돼 있다. 조사 대상자의 60%가량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으며, 30%가량은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지원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7.6%였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