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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신들린 하모니… 스팔딩, 당신의 뇌는 두개?

입력 | 2012-09-10 03:00:00

2012년 9월 9일 일요일 맑음.
뇌가 두 개? 트랙 #26 Esperanza Spalding ‘Cinnamon Tree’(2012년)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미국의 여성 재즈 베이시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에스페란자 스팔딩. 프라이빗 커브 제공

에스페란자 스팔딩이라는 이름 앞에는 보통 ‘미국의 여성 재즈 베이시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문구에서 보이지 않는 방점은 ‘겸’에 있다.

엊그제 서울 광장동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 무대에 선 그는 ‘괴녀(怪女)’ 같았다. 풍성한 곱슬머리 아래로 자그마한 얼굴.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는 무대 위에서 때로 콘트라베이스를, 때로 전자 베이스 기타를 잡고 노래했다.

기타 지판 위를 손가락이 걸어 다니듯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따온, 재즈 특유의 ‘워킹 베이스’를 복잡한 박자와 리듬 위로 연주하면서도 그의 보컬은 감성 표현과 기교 양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흑인이지만 백조 같았다. 수면 아래 거친 갈퀴질의 노고를 우아한 자태에 결코 투사하지 않는.

악기 연주와 노래를 동시에 구사하는 뮤지션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내한공연에서 힘 있게 드럼을 두드리며 ‘호텔 캘리포니아’를 흔들림 없이 부르던 이글스의 돈 헨리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재즈의 워킹 베이스와 절창을 병행해 들려주는 보컬은 처음 접했다. 스팔딩은 지난해 그래미어워드 최초로 신인상을 받은 재즈 뮤지션이 됐다. 어쩌면 두 개의 뇌를 지닌 건 아닐까.

17년 전쯤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표적인 통기타 러브송이었던, 익스트림의 ‘모어 댄 워즈’를 연습했던 시절. 당김음이 계속되는 기타 반주와 평온한 정박으로 노래하는 보컬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처음 완벽하게 그 노래의 ‘기타 병창’을 완성했을 때 기뻐서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근데 스팔딩의 입 벌어지는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든 생각 하나. 잠깐. 스마트 시대 멀티태스킹의 압박이 늘어난 요즘,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뇌가 두 개로 분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 페이스북에 ‘체크인’하며 동시에 내 질문에 답하는 내 친구들도 스팔딩 같은 고도의 뇌 분화 기술을 이미 시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뇌가 세 개쯤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동시에 여러 건의 기사를 마감해야 할 때. 이 박사님, 혹시 뇌 하나 남으면 빌려 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