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한해 1억대 구매… 상인들 최고 신선재료로 화답
“우리 임직원들을 위한 신선한 먹거리를 부탁합니다.” 이효구 LIG넥스원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임직원들은 8월 31일 구미중앙시장을 방문해 식자재 납품 상가들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 구미공장 1200여 임직원의 영양을 책임진 김재복 주방장(43)은 한 달에 한 번씩 구미중앙시장을 방문해 회사식당으로 납품되는 식자재를 꼼꼼히 살펴본다. 매달 1000만 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해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에서 생선과 육류 그리고 야채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은 1976년에 경북 구미지역에서 금성정밀㈜이란 이름으로 탄생한 이래 줄곧 고향을 지켜온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엄격한 비밀유지를 신조로 하는 방위산업의 특수성 탓에 지역 주민들과 친밀도는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민과 지역경제의 중심인 전통시장도 살리고…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식자재로 건강한 식단도 제공하고…이는 기업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생의 길입니다. 방위산업체로서 국방을 책임지는 만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책임도 중요해졌습니다.”
2010년 11월 LIG넥스원은 구미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인 구미중앙시장을 자사의 정식 공급업체로 선정하고 이후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큰 기업체가 식자재 구매를 통해 전통시장과 사업적 교류를 유지하는 사례는 현대제철, 광양제철 등에 이어 전국적으로는 4번째다.
이 대표는 8월 31일 임직원 20여 명과 함께 구미중앙시장을 찾았다. 이날 이 대표와 임직원들은 식자재 납품상점을 돌며 시설 및 위생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상품의 경쟁력도 확인했다. 회사 측에서 꼼꼼하게 확인하여 미비점을 개선할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거래와 추가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장용웅 상인회장(64)은 “대기업과의 식자재 공급계약은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이자 기회가 된다”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신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과 협력을 시작하면서 자체 경쟁력도 올라갔다”고 기뻐했다.
식자재 대량 납품 경험이 전혀 없었던 구미중앙시장 상인회는 유사사례를 꼼꼼히 조사하면서 완벽한 납품을 준비했다. 이제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대량의 기업 식자재 납품 경험이 축적되면서 품질관리기법이 향상됐고, 재고율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우리도 대기업에 물품을 납품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더해졌다.
장 회장은 “우리 시장은 아케이드와 주차공간을 완비하는 등 시설과 품질 양쪽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달라진 전통시장의 품질을 직접 찾아와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LIG넥스원은 ‘희망’ 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다양한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미생산본부에서는 러브하우스(소외계층 주거개선봉사), 결식아동돕기 모금활동, 아이꿈터 재단 후원 등 지역 주민과 함께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1월에는 사회공헌활동 최고 영예인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 구미역에서 걸어서 5분… 건어물-청과물로 유명 ▼
■ 구미중앙시장
구미역에서 내리면 왼편으로 300m가 넘는 대형 아케이드를 자랑하는 구미의 자랑 중앙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이라 오래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전통시장. 구미뿐만 아니라 인근의 선산, 칠곡, 김천의 도매상들이 몰려들었던 대표상권이었다. 200여 명의 시장상인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75년 주식회사를 만들어 종합상설시장이 됐다.
하지만 구미역이 KTX역으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역전 상권이 일부 쇠퇴했으며, 인근 아파트촌에 생겨난 대형할인점의 위세와 노후한 시설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줄곧 고객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장용웅 시장상인회장은 “인구 40만 명의 구미지역에 대형마트만 4개에 대기업슈퍼마켓(SSM)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서 “앞으로도 대형유통시설이 추가로 들어선다는 계획이 있어 솔직히 우려스럽다”고 토로한다.
최근 들어 정부와 구미시의 재래시장 활성화 노력으로 주차시설과 시장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새로운 판로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LIG넥스원 등 지역 기업들과의 꾸준한 교류도 재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건어물과 청과물이 유명하며 소규모 음식점들도 각양각색의 풍미를 뽐낸다. 금오산도립공원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 LIG넥스원은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