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2002년 유망벤처 인수… 경영 어려워지자 지분 매각안랩이 손뗀 벤처는 폐업… 정부 지원금 6억 환수 못해벤처기업 前 대표이사 “안랩 갑자기 발빼 회사 휘청”
○ 경영 악화되자 꼬리 자르기
10일 동아일보가 ㈜핌스텍의 폐쇄등기부등본과 안랩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랩은 2002년 전자세금계산서 솔루션을 만드는 핌스텍과 자회사인 ㈜자무스를 합병시킨 뒤 핌스텍에 44.99%의 지분을 출자해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안 원장은 2002년 10월 11일부터 2003년 3월 31일까지 핌스텍 등기이사를 맡았으며, 안랩의 경영진 다수도 핌스텍의 이사진에 참여했다.
2006년 3월 경영 악화가 본격화되자 안랩은 2차로 안랩유비웨어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안랩과 핌스텍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핌스텍은 안랩이 지분을 정리하고 떠난 6개월 뒤 폐업신고를 했다. 핌스텍을 떠안은 안랩유비웨어는 회사명을 유비웨어랩으로 바꿨지만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 혈세 6억여 원 허공으로
안랩이 손을 털고 나가고 핌스텍은 폐업하면서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가 부담으로 돌아갔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핌스텍 과제 후속 조치 현황’이란 자료에 따르면 핌스텍은 안랩 자회사로 편입된 뒤 두 차례에 걸쳐 4억4300만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지만, 연구개발비를 임의 집행하는 등 사업비 관리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부로부터 출연금 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핌스텍의 폐업으로 환수되지 않았다.
또 핌스텍은 안랩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후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았지만 경영악화로 갚지 못해 이 기금들이 각각 1억8000만 원과 6200만 원을 대위변제했다. 일부 상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1억4800여 만 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 핌스텍 전 대표이사 이모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랩이 1대 주주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빠져 버리니깐 회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우리들도 직원들이 있고 살아야 하는데, 회사가 부침이 있을 수도 있고 일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는데 (안랩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자회사는 (안랩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안 원장은 핌스텍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거래 등에 관한 기록은 오래된 일이라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핌스텍 대표이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