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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용]북극 개발

입력 | 2012-09-11 03:00:00


혹한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유빙이 떠다니는 북극은 1909년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가 걸어서 북극점을 밟기 전까지만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였다. 쉰셋의 피어리는 북극점을 정복한 감격에 겨워 “정복됨을 슬퍼하지 말라. 북극점이여,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다오”라고 외쳤다. 한국 원정대도 1991년 세계에서 11번째로 북극점을 밟았다.

▷북극은 북극해를 포함한 북위 66.56도 이북 지역을 말한다. 면적은 지구 표면의 약 6%에 해당하는 2100만 km²에 이른다. 북위 90도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약 1400만 km²의 얼음바다인 북극해가 펼쳐져 있다. 동토(凍土)와 얼음바다뿐인 북극은 접근이 어려워 과학연구나 탐험 목적 외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북극의 운명을 바꿨다. 얼음이 녹으면서 개발비용이 뚝 떨어졌다. 북극은 탐험 시대에서 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 광대한 시베리아를 거느린 러시아, 알래스카의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가 북극 해빙(解氷)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지역에 전 세계 미(未)발견 석유와 가스의 22%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09년 덴마크에서 분리돼 자치정부를 수립한 그린란드는 국토의 80% 이상이 빙하로 덮여 있지만 최근 남서부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정도로 따뜻해졌다. 이곳에는 석유 외에도 세계 수요의 25%를 충당할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바닷길도 열린다. 북극 항로는 기존 인도양 항로보다 40%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해 인접 5개국은 2008년 그린란드 일룰리사트에서 북극해의 권리를 자신들이 보유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영국 중국도 북극 자원개발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그린란드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그린란드의 ‘그린(녹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개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자원개발의 물꼬를 텄다.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대사를 지낸 신재현 변호사는 “지난해 그린란드를 방문했는데 선진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까지 진출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 기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북극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