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앙리 루소가 그린 ‘홍학들(The Flamingoes·1907년)’이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원근법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화려한 색채로 꽃과 나무 하늘 홍학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현대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루소이지만 생전의 삶은 불우했습니다. 양철 장수 아들로 태어나 세관 사무소에서 일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40대 초반에 전업 화가의 길을 걷습니다. 기존 화단의 작법을 무시한 그의 그림은 비난과 조소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66세의 나이로 죽었을 때 조문객이 단 7명뿐이었다고 하지요. 생전에 철저하게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피카소와 동료 화가들이 뒤늦게 칭찬을 하면서 빛을 보게 됩니다. 문득 그의 삶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김기덕 감독의 삶이 겹쳐집니다. 비주류의 절망과 분노를 비료 삼아 새로운 세계를 이룬 그들을 통해 용기와 희망이 갖는 힘을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유승희 코리아나미술관 부관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