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가속력 ‘팜므파탈’ vs 단단한 안정감 ‘정경부인’
메르세데스벤츠 ‘뉴 SLS AMG’와 포르셰 신형 ‘911 카레라S’.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 소유하고 싶은 꿈의 스포츠카 두 대를 잇달아 시승하는 행운을 누렸다.
○ 가속력은 SLS ‘판정승’
메르세데스벤츠 ‘뉴 SLS AMG’.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SLS는 출발 후 10초가 조금 넘자 시속 200km까지 한숨에 올라갔고 그 공포스러운 가속력은 250km까지 계속 이어진다. 시속 300km도 어렵지 않게 돌파하고 310km를 넘어서야 속도의 증가가 둔해진다. 속도제한장치만 없다면 330km까지는 가능할 듯하다.
카레라S도 고성능 스포츠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충분히 아찔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고출력에 중독된 ‘환자’들에겐 평범을 약간 넘어선 정도다. 포르셰는 이런 몹쓸 버릇이 든 마니아들을 위해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3초대 초반인 터보S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 핸들링은 막상막하
포르셰 신형 ‘911 카레라S’.
반면 카레라S는 기대 이상이었다. 참고로 포르셰 911시리즈는 엔진이 보닛이 아닌 트렁크 위치에 있어서 후륜의 하중이 더 나간다. 그래서 급가속할 때 무게중심이 더욱 뒤로 몰리며 전륜이 가벼워져서 핸들링이 불안정해지는 전통적인 단점이 있었다. 또 후륜이 한 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무거운 무게 때문에 좀처럼 이를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포르셰는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이 난제들을 조금씩 극복해 이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911시리즈의 특기인 급감속할 때, 감속하면서 회전할 때,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안정감은 더욱 좋아졌다. 기계적인 성능도 높아졌지만 최근 발달한 전자장치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다.
결국 SLS는 물리적인 우수성에 비해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카레라S는 단점을 해결하고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이면서 맞비교가 가능해졌다.
○ 운전자 편의성은 카레라S ‘완승’
SLS의 첫 느낌은 뜨거웠다. 요즘 이런 차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도 부드러움과 균형을 중요시하는 벤츠에서 말이다. SLS의 서스펜션에 관용이란 없었다. 노면이 고르지 않으면 이를 거르지 않고 운전자에게 화끈하게 모두 전달한다. 레이싱카에 버금가는 서스펜션 세팅으로 노면이 좋은 고속도로나 서킷을 달리기에는 제격이지만 거친 서울시내 도로에 나가려면 심호흡이 필요하다. 1시간 정도 광화문과 삼청동 등을 돌아다녔더니 피곤해진다. 연료소비효율은 시내 구간에선 L당 5km 정도, 고속도로에서 얌전히 달리면 10km 정도가 나온다. 물론 마구 달리면 ‘묻지마’ 연비를 보인다.
○ 도로를 장악하는 포스는 SLS ‘압승’
SLS는 서 있을 때도 시선을 끌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 으르렁거리는 소리 때문에 반경 2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흡수해버린다. 특히 걸윙 도어가 열리는 순간이면 애써 외면하려던 남성들마저도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사실 걸윙 도어는 타고 내리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머리도 자주 부딪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수의 포효와 같은 엔진 배기음과 갈매기의 날개가 펼치지는 듯한 걸윙 도어, 길게 뻗은 보닛,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태는 옆에 서 있는 카레라S를 일반 준중형 세단으로 느끼게 만들어버린다.
SLS는 불같은 사랑으로 달아오르지만 오래 곁에 두기엔 부담스러운 ‘팜므파탈’이라면 카레라S는 오래 곁에 둘 수 있고 편하지만 품위는 잃지 않는 ‘정경부인’ 스타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