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구매금액은 줄어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의 추석(9월 30일)선물 예약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예약판매는 협력사에 선물을 보내려는 기업 고객이 많다. 이 때문에 예약판매 실적은 전체 추석선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밖에 안 되지만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표처럼 인식돼 왔다. 올해는 경기는 나쁘지만 추석이 늦어지면서 예약판매가 늘었다는 분석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8월 24일∼9월 10일 예약판매 매출이 작년 예약판매 기간과 비교해 396% 늘었다. 지난달 31일부터 10일까지 상품권 매출도 1년 전보다 4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8월 24일∼9월 6일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8월 31일∼9월 9일 예약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2% 늘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에서 8월 27일∼9월 10일 예약판매 실적은 작년보다 245.1% 증가했다. 특히 한우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축산 매출이 724.3% 급등했다. 롯데마트에서는 8월 23일∼9월 10일 예약세트 매출이 107.4% 늘었다.
유통업체들이 최근 매출 부진을 만회하고자 품목을 늘리고 상품권 및 덤 증정, 할인행사 등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과일값 상승을 우려해 미리 과일을 장만하려는 심리적 효과도 있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중저가 선물세트에 수요가 몰렸다. 롯데백화점에서 정육 매출은 145%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견과류는 매출이 1300%, 멸치는 1660% 급등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가 20만∼25만 원에서 15만 원 선으로 30%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이마트 측은 “저가 선물세트의 기준이 되는 3만 원 이하 제품 구매 고객이 전체의 58.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