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신건강센터 박지현 씨, 올해 자살시도 26명 목숨 건져
연락을 받은 박지현 광주 북구 정신건강센터 상임팀장(39·여·사진) 등 정신보건간호사 2명과 광주 북부경찰서 경찰관 13명, 북부소방서 소방관 17명이 긴급 출동했다. 박 팀장 등이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보니 A 양은 고층 아파트 베란다 창살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소방관들은 아파트 바닥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구조대원들은 옥상에 밧줄을 설치해 타고 내려올 준비를 마치는 등 행여 일어날 불상사에 대비했다.
박 팀장 등 간호사 2명은 A 양의 부모에게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차분하게 내부로 들어갔다. A 양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A 양에게 “힘들었지. 대화를 나누며 아픔을 함께 풀어 보자”고 설득했다. A 양은 힘이 빠져 팔을 부들부들 떠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박 팀장은 내심 긴장이 됐지만 침착하게 5분간 대화를 이어 갔다. 박 팀장은 A 양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열자 조용히 A 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팀장은 11일 오전에도 광주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 B 양(17)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했다. 그녀는 올해에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26명과 대화를 나눠 비극을 막았다. 그녀가 삶의 끝자락 상담을 하는 곳은 고층 아파트 베란다나 출입문을 모두 폐쇄한 밀폐된 방 등 다양했고 위기상황도 그때마다 달랐다.
박 팀장은 “자치단체마다 정신건강센터가 있는 만큼 이상한 징후를 보이면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며 “마음을 터놓은 대화가 자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