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피에타’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오른쪽)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을 축하하며 이현승 감독이 상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 들고 귀국
‘피에타’ 좌석점유율 1위 불구 희생
해외영화제서 아리랑 계속 부를 것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 박스를 들고 다녔던 15살의 내 모습,”
‘피에타’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양손에 든 뒤 한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피에타’의 공간 ‘청계천에서의 삶’을 직접 살았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다.
영화제에서 그가 자주 받은 질문은 ‘한국에선 인기가 없지만 유럽, 미국에서만 인기 있다’는 평가. 그때마다 그는 “아니다. 한국에도 내 영화를 지지하는 팬들이 많다. 진심이다”고 답했다. ‘피에타’를 계기로 ‘대중 친화적으로 변했다’는 것도 영화제 동안 자주 받은 것이다. “외신 반응을 접하며 ‘내가 변했나’ 생각했다”는 그는 지난해 연출한 다큐멘터리 ‘아리랑’을 둘러싸고 칩거, 은둔 등의 상황을 짚으며 “대부분 관계의 일 때문이었는데 애정의 불씨가 나에게 실험을 했고, 결과적으로 약이 돼 ‘피에타’ 소재가 됐다”고 돌이켰다.
수상 직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그는 자신의 영화에 영감을 주는 인물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이창동 감독을 꼽았. 김 감독은 “만약 (문재인)캠프에 간다면 나의 건강하지 않은 삶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고 “수상과 관련해 어떤 인터뷰나 방송 출연도 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예외로 뒀다.
수상 직후 민요 ‘아리랑’을 부른 데도 이유가 있었다. “중국이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했는데 기회가 될 때 부른다면 ‘아리랑’은 나의 것이 된다”며 “해외 영화제에서도 계속 부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사회 저명인사들의 삶을 들여다본 이야기. “사회가 배라면 그 배가 바다에 떠갈 때 거친 바다에서 겪는 느낌, 우리 사회의 침몰 위기를 표현하겠다”는 그는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