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중 1명 사실상 실업자… 구직 의욕 잃고 ‘취포생’ 전락부모에 의존 ‘캥거루족’으로
한 평(약 3.3m²) 남짓한 고시원에 사는 그는 낮에는 커피전문점,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양 씨는 누가 봐도 사실상의 실업자다. 하지만 정부 통계 속에서 양 씨는 ‘불완전 취업자’일 뿐 실업자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통계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와 취업 무관심자, 취업준비생을 더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지난해 110만1000명이나 됐다. 같은 기간 청년실업자 32만4000명의 3.4배다. 이들을 모두 실업자에 포함시키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26.1%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청년 구직난이 심해지다 보니 졸업을 늦추는 청년이 늘어나고, 이는 가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자립할 나이가 되고도 취업을 못하거나 소득이 낮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30, 40대 ‘캥거루족’은 2010년 서울에서만 48만여 명으로 2000년(25만여 명)보다 92% 늘었다.
예전 같으면 은퇴했을 60대 이상 노인들이 최근 몇 년 새 저임금 일자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구직난을 겪는 자녀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층 때문에 부모까지 고된 일터에 나서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나마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도 찾지 못한 청년들은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으로 전락한다. 수년간 취업원서를 넣고도 매번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뒤 취업 의욕을 잃어버린 취포생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이 2003년 75만1000명에서 지난해에는 100만8000명으로 25만7000명(34.2%) 증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사회에 진출해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불완전 취업을 하거나 실업자로 지내다 보면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비슷한 처지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며 “잃어버린 세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