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로 코믹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병헌(42)이 영화 ‘광해’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이병헌’과 ‘코미디’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한 데 섞일 수 없는 조합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고정관념은 곧 깨지고 만다. ‘이병헌이 이렇게 코믹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영화 초반 이병헌은 왕 광해를 연기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진중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중반쯤 이병헌은 천민 하선으로 변신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병헌의 트레이트마크인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찾아볼 수 없다. 하선으로 변신한 이병헌은 경박한 목소리 톤에 원색적인 농담, 어리버리한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병헌은 “영화 ‘광해’가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왕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코믹 연기의 수위를 맞춰나가는 게 힘들었다. 너무 유치하거나 원색적인 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영화 ‘광해’뿐 아니라 ‘레드2’의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병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정과 공개연애를 선언한 이유에서일까.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보였다.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이병헌 이런 모습 처음…‘방뀌 끼고, 욕하고’
-영화를 본 소감은.
“내가 출연한 영화이지만 좋았다. 특히 함께 출연한 류승룡이 영화를 본 뒤 감탄을 해 신선하고 새로웠다. 이 친구가 흡족해했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편했다.”
“물론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이중적인 잣대로 평가 받고 있는 광해를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왕 광해와 왕의 행세를 하는 하선을 합친 게 진짜 역사속의 광해가 아닌가 싶다. 폭군의 모습은 광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나, 외교 정책 같은 부분은 하선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욕을 하고 방귀를 뀌는 등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그런 연기가 낯설었을 텐데.
“바지를 내릴 때는 나 역시도 민망했다. 촬영 초반에 민망한 경험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괜찮더라. 어떻게 보면 되게 원색적이고 유치한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수위를 잘 조절해서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요즘 욕을 쓰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현대의 욕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려고 일부러 중간마다 현대어를 사용했다.”
-영화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다. 감정선을 조절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하선과 광해를 따로 연기했으면 덜 어려웠겠지만, 하선을 데려다가 광해 흉내를 내보라고 하니까 힘들더라. 또 순서대로 촬영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하루는 광해가 됐다가 다른 날은 하선이 되는 등 뒤죽박죽으로 찍어서 조금 힘들었다. 감독님과 상의를 하며 수위를 맞춰 나갔던 것 같다.”
이병헌.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 느낌이 오면 영화를 하는 편이다.
-그럼 이번 영화도 느낌으로 선택한건가.
“이번 영화의 출연을 결심하는데 두 달 반 정도 걸렸다. 광해 역에 감정이입하는 게 힘들었다. 영화 ‘광해’는 선군의 모습을 감동적인 스토리와 코믹한 요소들을 섞어서 만든 상업영화인데, 이런 코믹한 요소들이 자칫 수위를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웃음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랜 고민을 했는데도 광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선택했다.”
▶ “할리우드 진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좋은 시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영화 '레드2'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할리우드의 톱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은.
“주연까지는 아니다(웃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사를 영어로 해야 되니까 내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언어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예전에 ‘지.아이.조’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말을 되게 빨리하더라. 그럴 때는 좀 힘들다. 아는 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웃음)”
-할리우드의 톱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만 할 것 같다.
“ ‘지.아이.조2’를 찍을 때 만해도 ‘내 인생에서 기이한 경험이구나’ ‘보너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고 각오를 다졌다. ‘내 일 중의 하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핸드 프린팅을 할 때는 느낌이 달랐다. ‘동양인이 이들에게도 통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뻤지만 책임감도 있었다.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할까. 무거운 감정이 들었다. 내 세대에 정점을 찍지 못하더라도 내 후배들에게는 정말 좋은 조언자가 돼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을 것 같다. 간단하게 이민정과의 만남에 대해 한 마디만 해달라.
"공개 연애를 하던, 공개를 하지 않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사실 공개 연애보다 연인 이민정과의 이야기가 계속 화제가 되는 게 부담스럽다.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이벤트를 못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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