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5정전 1년 전력거래소
12일 한국전력거래소 ‘워룸(작전실)’에서 남호기 이사장(왼쪽)이 ‘750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750회의는 매일 오전 7시 50분에 열리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에서 만난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당연하게 여겼던 매뉴얼들이 실제와 부합하는지 의심이 들어 하나하나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한국의 전력 수급(需給)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전국 발전소와 전력망 가동계획을 세우고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이상 징후에 대응해 국민이 걱정 없이 전기를 쓸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발생 두 달 뒤 취임한 남 이사장은 먼저 전력수요관리 매뉴얼의 잘못된 부분을 일일이 확인해 바로잡았다.
기상청 근무 경력 30년 이상인 기상전문가 두 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도 정전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9·15 사태 때 기상청은 최고온도가 33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보했지만 전력거래소는 이를 몰랐다. 당연히 폭증하는 전기 수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김남길 씨도 남 이사장이 모셔온 인재다. 그는 11일 오전 7시 50분에 시작한 아침 회의에서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았지만 2개의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나는 일본 규슈 지방에 상륙한 뒤 우리나라 동해상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남 이사장은 “태풍이 오기 전에 대책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남 이사장은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 방송사에 협조를 요청해 전날 TV의 일기예보 때 이런 사실을 미리 알리게 했다. 또 직원들을 국제전력계통운영 자격시험에 단체로 응시하게 했다. 일부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국민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몰아붙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