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발레시어터, 제4 도시 툴루아서 발레교육 봉사
8일 오후 콜롬비아 툴루아 외곽 경찰학교 강당에서 이 지역 청소년들이 서울발레시어터 단원들로부터 춤을 배우고 있다. 툴루아=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SBT의 이 교육은 단순한 문화교류 차원의 행사가 아니었다. 마약과 폭력, 성매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콜롬비아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가 올해부터 실시하는 ‘통합 예방 프로젝트(PIP)’의 일환이다.
인구 22만 명으로 콜롬비아 제4의 도시인 툴루아는 범죄 노출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정부가 꼽은 20곳 중 하나. 이 도시에선 경찰 통계로 올 한 해만 136명이 살해됐다. 지역 내 15개 고교 학생 중 약 40%가 코카인 등 마약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첫날 오후 교육은 발레의 기본동작과 마임레슨, SBT의 시범 공연,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 레슨으로 구성됐다. 두 명씩 짝을 이뤄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은 정말 아름답다. 함께 춤을 추겠느냐’란 의미를 발레의 마임으로 번갈아 표현하도록 한 프로그램과, SBT의 홍성우 조현배 단원이 진행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 레슨은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둘째 날에는 참가자들을 팀으로 나눠 ‘강남스타일’ 곡에 맞춰 직접 안무하도록 지도했고, 셋째 날에는 팀별로 안무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미는 범죄의 유혹에 취약한 빈민 청소년에게 악기를 쥐여 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열어준 ‘엘 시스테마’ 운동의 진원지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의 성공은 한국에서도 예술교육을 통한 청소년 교화의 붐을 낳고 있다. SBT의 콜롬비아 PIP 참여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뜻깊다. 3일 내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알레한드라 벨리스 양(15)은 “발레가 매력 있다. 체계적으로 배워 전문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SBT가 심은 씨앗 하나가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첫날 교육 때보다 한층 더 밝아진 콜롬비아 아이들의 표정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툴루아(콜롬비아)=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