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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잡기’ 애쓰지만… 표심엔 중도 없다?

입력 | 2012-09-13 03:00:00

■ 나라硏 역대 선거 분석




‘중도층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믿음이다. 하지만 스윙보트(swing vote)를 하는 중도층의 실체가 없거나 선거에서의 영향이 거의 미미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대신 선거 승리는 지지층에게 투표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하고, 반대 세력이 투표장에 갈 명분을 주지 않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역대 선거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선거성향과 투표율로 본 선거캠페인 방향’이란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김 원장이 주목한 것은 4·11총선 당시 서울 노원갑에서 낙선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수다. 막말 저질 발언으로 새누리당으로부터 후보 사퇴 압박을 받은 김 후보는 총선에서 3만6083표를 받았다. 이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04년 같은 지역구에서 승리할 때 받은 표수(3만6922표)와 거의 같다. 노원갑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당선된 것은 정 전 의원에게 갔던 중도 표를 빼앗아 온 결과가 아니라 우파 진영이 더 많이 투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과거 대선에서도 이런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김 원장은 분석한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531만 표라는 역대 최다 표차로 이겼다. 그렇다고 최다 득표를 한 것은 아니다. 이 후보의 득표수는 1149만여 표였다. 이는 2002년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이회창 후보의 득표수(1144만여 표)와 거의 일치한다. 이명박 후보의 최다 표차 승리는 노 후보를 찍은 유권자(1201만여 명) 중 상당수가 이 후보를 찍었기 때문이 아니라 노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투표를 포기한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 광주의 투표율은 64.3%로 2002년 때(78.1%)보다 13.8%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대구의 투표율은 2002년 71.1%에서 2007년 66.8%로 4.3%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투표 참여자는 제한돼 있고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12월 대선에서 좌파 진영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호남은 결집하고 있는 반면 영남은 결집돼 있지 않다는 것. 4·11총선 당시 비례대표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5.5%와 6.3%를 득표한 반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부산에서 40.2%, 대구에서 23.4%를 득표했다. 여기에 투표율이 총선 당시 54.3%에서 67.0%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약 520만 명이 더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