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선 이긴 날 ‘불출마 협박’ 회견 단일화 여론조사 첫 역전에 “며칠내 출마 입장발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지지율 상승의 호재를 만날 때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뜨려는 순간마다 안 원장이 재를 뿌린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안 원장은 11일 오후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야권 단일후보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39.5%)가 안 원장(37.1%)을 처음 앞섰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이날 오전이었다.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7월 19일)하고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7월 23일)한 것도 민주당이 경선후보 8명을 5명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컷오프)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7월 23∼30일 치러진 예비경선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20%대로 올라서려던 문 의원 지지율은 반토막 났다.
안 원장 측의 ‘김빼기 작전’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후보 단일화 때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서 문 의원이 44.2%로 안 원장(34.5%)을 9.7%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6일 안 원장 측이 ‘불출마 협박’ 기자회견을 열자 민주당 지지층이, 11일 안 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한 ‘예고편’을 내자 무당파가 안 원장에서 문 후보로 돌아섰다”며 “안 원장의 ‘타이밍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금은 안 원장이 안 보이고 문 의원이 경선에서 연승을 거둬 격차를 벌린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 결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