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왼쪽)과 이만수 SK 감독. 스포츠동아DB
“죽어 가던 우리 팀을 살짝 살려놓은 뒤 다시 짓밟았다.”
‘투수의 대타 기용’으로 많은 의문점을 낳았던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기태(43) 감독이 입을 열었다. 팀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고 이에 의도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진영을 상대로 박희수와 이재영 중 누가 나은가. 죽어 가던 우리 팀을 살짝 살려놓은 뒤 다시 짓밟은 것”이라며 전날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경기 중계 화면에는 김 감독이 조계현 수석코치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타를 내세우는 모습과 대기 타석에 있던 정의윤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 사실상 경기 포기 의사를 밝힌 셈.
김 감독은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상대도 최선을 다해야 지더라도 박수를 보낼 텐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상대가 냉정히 우리를 이기려 했던 것인가”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정우람에게 세이브를 맡기려 했다면 9회말이 시작할 때 마운드에 올렸어야 했고 그랬다면 나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1패를 당하더라도 팀 분위기와 체질을 바꾸고 나중의 2~3승과 그 이후를 생각했다”며 선수들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도 담긴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3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점수 차이기 때문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상대를 깔보거나 기만하는 것은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