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준 경제부 기자
하지만 이렇게 달아올랐던 고졸 채용 열기는 1년 남짓 만에 차분해진(?)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매년 3000여 명씩 고졸 채용을 하겠다던 금융권의 약속은 ‘눈속임’에 그치고 말았다. 특성화고 출신을 새로 뽑기보다는 대부분 원래 고졸자들이 채우고 있던 비정규직의 빈자리를 충원하면서 생색만 냈기 때문이다.
▶본보 13일자 A1면… 금융권 고졸사원 채용 실적… 기존 일자리 포함해 뻥튀기
A3면… 원래 고졸 있던 비정규직 자리 채우고… 경력직 합쳐 생색
동아일보 경제부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230명의 고졸을 채용했다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하나은행은 특성화고 출신의 신입 사원이 10명에 불과했고 SC은행은 90명 중 3명, 신한은행은 124명 중 20명 등으로 나타나 고졸 채용 실적을 크게 부풀렸다. 덩치가 작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특성화고 출신을 13명, 부산은행은 10명, 광주은행은 16명을 뽑아 오히려 지방은행의 채용 실적이 돋보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명의 특성화고 출신을 채용했다고 고백해 회사 규모에 비해 채용 실적은 적었지만 최소한 부풀리기는 하지 않았다.
금융권이 내실 있는 고졸 채용을 하려면 다른 부문의 노하우를 빌려 오는 것도 방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고졸 채용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고졸 채용 실적을 금융회사 경영실태 평가에 가산하는 방안을 고민하면 어떨까. 고졸 채용이 본격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고졸 채용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형준 경제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