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이범용(왼쪽) 한명훈 듀엣이 통기타를 치며 ‘꿈의 대화’를 부르고 있다. 동아일보DB
MBC대학가요제 대상 타면 인생 바뀌는 시절이 있었다. 수상자는 입상과 함께 주류 가요계에 무혈입성했다. 수상 곡은 연일 라디오와 TV에서 소개돼 인기를 얻었다. 위에 열거했듯 ‘긴 수명’을 얻은 노래도 많았다. 무한궤도 같은 팀은 수상 이후 신해철과 넥스트, 정석원과 015B로 양분돼 1990년대 가요계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대학가요제의 추락은 90년대 중반 시작됐다. 1993년 ‘꿈속에서’로 대상을 탄 전람회(김동률 서동욱) 이후 가요제 출신 스타가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들어 음반시장 침체와 대형기획사 주도의 아이돌 전성기가 오면서 그 영향력은 확연히 줄었다. 최근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은 대학가요제의 입지를 더 옹색하게 만들었다. 시청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수상자를 향한 조명도 꺼졌다.
방송사의 절박함과 제작진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우려는 남는다. 편집은 시청률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참가자의 인생 스토리나 유별난 외모를 ‘쿨’하게 지나칠 수 있을까. 시청자와 누리꾼들의 ‘인상 평가’는 인터넷 공간을 달굴 것이고 대학가요제는 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과연?) ‘이슈’가 될 것이다.
그래, 정말 잘 만든 경연 프로 하나 나온다면…? 아니다, 아니다. 그냥, 대학가요제만큼은 학생들의 풋내 나는 음악 경연 그대로 두면 안 될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