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말썽꾸러기 삼총사를 어찌할꼬…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곰이 다시 공양간에 나타났다. 대피소 직원들이 가스총을 쏘자 산 쪽으로 달아났다. 다음 날 오전 이 곰은 공양간을 다시 찾았다. 무슨 영문인지 오자마자 행패를 부렸다. 공양간 유리창을 깨뜨리고 모기장을 찢는가 하면 배설물을 뿌리는 등 20여 분간 사찰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법계사 주지인 관해 스님(58)은 “사람한테 해를 끼치지 않아 절 식구들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면서 “아마 가스총을 맞은 분풀이를 하러 다시 온 것 같다”며 웃었다.
○ 말썽꾸러기 반달가슴곰 3인방
2009년생 중국산 암컷인 ‘38번’은 주민에게 미움을 사 최근 서식지를 옮겼다. 38번은 지난달 16일 경남 산청군 삼장면 지리산 자락에 있는 축사를 습격해 어미 염소 한 마리를 물어 죽였다. 당시 축사에 있던 염소 10마리는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염소를 해코지한 38번은 결국 산청에서 30km 떨어진 하동으로 강제 이주됐다. 정우진 종복원기술원 복원연구팀장은 “말썽꾸러기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킨 셈”이라며 “옮긴 지 보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문제없이 얌전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38번과 동갑인 암컷 ‘36번’도 ‘요주의 곰’으로 꼽힌다. 지난달 구례군 산동면에서 먹이를 찾다 민가에 내려와 양봉농장에서 벌통 5통을 먹어 치웠고 이달 4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2통을 부수고 달아났다. ‘벌통 따기’ 명수인 36번에게 종복원기술원은 ‘특별교육’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야생에 적응한 반달가슴곰
종복원기술원은 ‘말썽꾸러기 3인방’이 여름철 서식 환경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민간에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달가슴곰 때문에 생긴 피해는 보험회사가 보상을 해준다. 지난해 보상액은 300여만 원으로 벌통 피해가 대부분이다.
2009년 이후 지리산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들이 짝짓기로 출산까지 하면 복원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후 3년이면 성적으로 성숙하고 4년부터는 새끼를 낳을 수 있어 직원들은 야생에서 태어난 곰 커플의 교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지리산=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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