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약 동영상 화면-음향 조잡… 영화 진짜 있는지도 의문유대계로 알려진 제작자 “이집트 콥트 지도자” 보도도
유튜브에 ‘무지한 무슬림’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영상의 한 장면. 머리에 회색 물감을 칠하고 투구를 쓴 척하는 인물(오른쪽)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따르는 병사 중 한 명이다. 유튜브 화면 촬영
유튜브 영상은 ‘영화’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다. 방송용 디지털캠코더로 촬영했고 더빙한 음향도 어설프다. 한 배우는 분장이랍시고 박박 깎은 머리에 회색 물감을 칠해 투구를 쓴 척한다.
내용은 시종 이슬람교를 작정하고 조롱한다. 주인공 무함마드는 음식을 탐하고 여색을 밝히는 야만인으로 묘사됐다. 유대인을 탄압하고 살인 약탈 성폭행을 선동하는 도둑 떼의 우두머리다. 남의 아내를 범하기 위해 꾸란을 제멋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튜브에 영상이 처음 올라온 것은 6월. 당시 반응은 미미했지만 9·11테러 11주년을 며칠 앞두고 아랍어 더빙본이 유튜브에 다시 오르자 조회 수가 순식간에 100만 건을 넘었다. 이 신문은 “미국 내 콥트교 신자들이 아랍어 더빙본을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이 장편 영화의 축약본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영화가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로스앤젤레스 한 극장 직원이 익명으로 남긴 증언뿐”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이 몇 달 전 필름을 들고 찾아와 상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할리우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무지한 무슬림’이라는 영화의 제작이나 배우 기용 기록은 없었다. 2009년 제작된 ‘사막의 전사(Desert Warrior)’라는 영화의 기록에 남겨진 제작자 이름은 샘 버실(Sam Bacile)이 아닌 샘 버시엘(Bassiel).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각본 자문을 맡았다”고 밝힌 스티브 클라인 씨는 “원래 제목은 ‘무지한 빈라덴’이었고 ‘Sam Basile’이 감독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단역 여배우는 감독의 이름을 ‘Sam Basil’이라고 기억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