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도움으로 국산과 수입 자동차업체들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10일 정부가 3년 만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또 꺼내들었기 때문.
국산 완성차업체들은 내수 실적 부진 탈피에 희망을 걸고 있고 수입차 브랜드는 이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정부가 세입 감소 우려에도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내완성차업체들의 극심한 내수실적 부진이 한 몫 했다. 지난 8월 국내업체들이 거둔 자동차 내수시장 실적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최악을 기록하는 등 이러다할 국산 신차 출시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시장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i40는 세금 인하 분(46만~58만 원)에 특별판촉비(150만 원)를 더해 약 196만~208만 원을 할인해 준다. K9 역시 세금 인하 분(93만~153만 원)과 특별판촉비(100만 원)를 합쳐 대당 193만~253만 원이나 내렸다. 중형세단 쏘나타와 K5는 세금 인하 분(37만~55만 원)과 노후차량 보조금(30만 원)을 지원해 67만~85만 원정도 저렴해졌다. 반면 인기 차종인 그랜저·에쿠스·싼타페와 기아차의 쏘렌토R 등은 세금 인하 분만 적용된다.
수입차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할인에 나섰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 BMW는 모델별로 최소 50만~200만 원까지 할인한다. 지난 8월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 3시리즈는 60만~70만 원, 5시리즈는 70만~140만 원 인하된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전 모델 평균 1.5%, 약 140만 원을 할인해준다. 아우디는 40만~150만 원, 폴크스바겐은 50만~190만 원이 각 차종별로 낮아진다. 볼보는 40만~86만 원 가량 하향 조정했다.
미국 업체인 크라이슬러는 30만~70만 원, 프랑스 푸조와 시트로엥도 각각 35만~65만 원, 35만~45만 원 싸진다. 수퍼카 브랜드 포르쉐도 차종별로 평균 1.1% 인하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100만~200만 원 가량 가격을 내렸다
이 밖에 일본차 브랜드 토요타는 평균 50만 원 내리고 렉서스는 50만~190만 원 싸진다. 닛산의 경우 가장 낮은 가격인 큐브는 20만 원, 스포츠카 GTR은 210만 원까지 할인한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구매자는 최대 150만 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준중형 급 이상 차량 가격이 2000만 원을 훌쩍 넘는데 각 업체들이 내놓은 100만원 안팎의 세금 인하로는 새 차 구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국산업체들은 신차 출시 계획도 없어 정부 정책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이미 가격을 내리고 있는 수입차들이 이번에 또 가격을 할인하면서 국산차와 가격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 잠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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