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교 도서관 열람실인데요. 중년남자가 며칠째 살인과 시체 처리에 관한 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어요. 식칼 같은 것도 얼핏 보였어요. 불안해서….”
일요일인 9일 112에 이런 내용의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의 목소리는 떨렸다. 신고자가 말한 대학 관할 경찰서인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찰관들이 대학 도서관에 긴급 출동했다. 열람실 한쪽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책을 잔뜩 쌓아 놓고 있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과 소지품을 확인하며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도서관은 휴일에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 과정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다. “도서관 6층에서 살인에 관한 책을 읽던 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과도 한 자루를 소지하고 있다. 범행 의도는 있지만 전과와 혐의가 없어 풀려난다면 보복 범행을 할지 모른다”는 글이 스마트폰을 타고 번졌다. 휴일을 이용해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은 “이젠 불안해서 공부도 못하게 됐다”고 수군거렸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