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자시장에서 몬산토를 비롯한 10대 다국적기업의 점유율은 70%를 차지한다. 곡물 종자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앞세운 미국, 시설원예 종자는 선택과 집중이 뛰어난 네덜란드가 선두주자다. 갖가지 토질과 혹독한 자연조건을 견뎌 낼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연간 90조 원대의 종자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워 간다. 올해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의 의무를 수행하는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80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산 정약용이 펴낸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 배를 곯더라도 수확한 열매 가운데 가장 잘 여문 것을 종자로 남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이 많고 화강암 토질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식물이 분포한다. 종자 자원의 보고(寶庫)가 될 잠재력을 지녔으나 국가 차원의 보호 노력이 소홀했다. 근대 이후 외국인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밀 벼 콩 수목 화훼 할 것 없이 수많은 종자가 유출됐다. 콩의 원산지라는 한국의 콩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것은 아이러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