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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도 한국 신용등급 상향]깐깐한 S&P까지… 한달새 3대 평가사 모두 등급 올렸다

입력 | 2012-09-15 03:00:00

■ 한국 등급상향 ‘그랜드슬램’




“깐깐하기로 유명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마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

지난 10여 년간 S&P는 한국 경제부처의 국제금융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국제 신용평가사였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다른 신평사보다 워낙 인색한 데다 ‘북한 리스크’를 유난히 따지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디스, 피치에 이어 S&P마저 14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15년 전인 1997년 발생했던 외환위기의 ‘낙인 효과’에서 완벽히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들의 등급이 줄줄이 떨어지는 와중에 우리만 등급이 올라간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 달 만에 특정 국가의 등급을 3대 신평사가 모두 올린 것은 더욱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 북한 리스크 감소, 깐깐한 S&P 마음 돌려

지금까지 S&P의 한국 신용등급 조정방식은 ‘내릴 때는 화끈하게, 올릴 때는 인색하게’라는 말로 요약된다. 1997년 10월 ‘AA―’였던 신용등급을 두 달 만에 투기등급(B+)으로 끌어내린 S&P는 3대 신평사 중 가장 늦은 2002년 7월에야 한국을 A레벨(A―)로 올려줬다. S&P는 3년 뒤인 2005년 7월 이를 ‘A’로 한 계단 높이더니 그 후 7년 2개월 동안 한 차례도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으며 등급전망마저 ‘안정적’에서 요지부동이었다.

고압적이던 S&P의 자세가 누그러진 계기는 엉뚱하게 작년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었다. 당시 박재완 장관 등 재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싱가포르에서 잇따라 S&P 측과 접촉해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 후에도 잠잠하던 S&P는 올 7월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연 뒤 두 달 만에 신용등급을 올리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 S&P가 밝힌 등급 상향조정의 이유는 “북한의 원만한 권력승계와 붕괴 가능성 감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무디스, 피치가 잇달아 한국의 등급을 올린 게 큰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A+로 등급이 올라도 S&P의 한국 신용등급은 여전히 일본, 중국의 현재 등급이자 외환위기 직전 한국이 받았던 최고 등급인 ‘AA―’의 한 계단 밑이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한 계단 높게 평가한 피치, 한국을 일본과 동급으로 본 무디스보다 낮은 것이다.

○ S&P “추가로 등급 올릴 수도 있다”

S&P의 이번 등급조정으로 한국은 지난해 이후 ‘A레벨 국가’ 중에서 3대 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올라간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국만 놓고 봐도 같은 해에 3대 신평사의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3대 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올라가 한국 경제의 국가신인도가 상승하고 국내 금융회사, 기업들의 외화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제고되거나 은행 시스템이 강화되면 추가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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