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회복에 긍정적 신호… 증시 훈풍 기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강도 높은 양적완화 조치가 전해진 14일 국내 주식과 환율 시장은 즉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고, 무디스와 피치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까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것을 시장은 ‘쌍끌이 대형 호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가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14일 코스피는 2,007.58로 마감하면서 4월 18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2,000 선에 안착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과거 미국의 1, 2차 양적완화 조치 당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으로 달러가 쏠린 현상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자금은 경기 침체로 한동안 주춤했던 대형주들에 몰려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치로 5월부터 미국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10월 중순까지는 국내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면서 코스피가 2,100 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3차 양적완화 조치로 미국 부동산 경기와 소비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실물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경기부양의 기대감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 미국이 주요 수출시장인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전체 수출의 17.1%(지난해 기준)를 미국에 의존하는 중국 경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기지개를 켜게 되는 셈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차 양적완화 조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미국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최소한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각종 중간재나 소비재의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008∼2011년 1, 2차 양적완화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역시 올해 8%대 성장률이 무너질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13일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른 전망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