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양적 완화 팔 걷어붙인 버냉키
○ ‘무제한 양적 완화’로 충격요법 쓴 FRB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RB의 양적 완화 조치는 이번이 세 번째다. 1, 2차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이 골자였다. 이번 조치(QE3)가 이전과 다른 점은 주택저당채권(MBS)을 매달 400억 달러씩 사들이게 돼 기간과 총매입 한도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MBS채권 매입뿐만 아니라 초저금리(정책금리 0∼0.25%) 6개월 연장, 오퍼레이션트위스트(OT·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단기채를 팔아 금리 인하 효과를 내는 정책수단) 6개월 연장 등 다양한 정책을 한꺼번에 내놓은 데다 규모가 기대 이상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RB의 대응책 중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 고용시장을 살릴 수 있다면…
미 중앙은행 격인 FRB의 양대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주력한다면 FRB는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고용 극대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번 충격요법도 2차례 양적 완화와 OT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무려 43개월째 8%를 웃돌면서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놓은 것이다. 특히 지난달 농업부문을 제외한 신규 고용자가 9만6000명으로 예상치(12만5000명)를 크게 밑돌아 이번 조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버냉키 의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일자리의 절반도 회복되지 못했으며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우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2차례 양적 완화 등을 통해 많은 돈이 풀렸지만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점도 과감하게 돈 보따리를 다시 풀 수 있도록 했다.
○ 회의론과 불안감도 상존
연준의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지만 회의적인 견해도 많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부동산 및 신용시장의 버블’을 불러오고 결국 버블 붕괴의 독배(毒杯)를 받았다. 과도하게 풀린 자금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알 수 없다는 우려는 이런 아픈 경험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은행과 대기업 등에 고이고 시중에 흘러들지 않는 ‘돈맥(脈) 경화’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번 조치 발표 직전 경제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인 28명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며 QE3를 시행하는 것은 실수”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치는 정치적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 공화당은 이번 조치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