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김 감독답지 않았다. 선수일 때도 코치를 할 때도 감독이 돼서도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짐하던 사람이었다. 이튿날 그는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것 같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경기 포기’, ‘야구 모독’이라며 김 감독을 비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에게 500만 원의 벌금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했다.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김 감독의 장점이자 유일한 단점은 ‘형님 기질’이다.”
전날 김 감독은 “SK가 우리 애들을 가지고 논 것이라고 느꼈다. 내 새끼들이 농락당하는 게 싫었다. 내 새끼, 내 식구, 내 팬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로 LG 선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으니 자신도 비상식적인 대타 작전으로 상대에게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김 감독의 생각은 틀렸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이기는 게 진정으로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다. 팬들에게 욕을 먹어도,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사태로 김 감독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에게 “다른 팀들이 너희를 얼마나 허접하게 봤으면 그런 식의 운용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팀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이 같은 ‘독기’는 LG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LG는 2002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도 7위에 머물고 있어 10년 연속 가을 잔치 출전이 요원하다. 김 감독은 자신을 던져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자 했다. “이날의 1패가 앞으로 2, 3승을 유도하도록 할 것”이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