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바라따 1∼5/위야사 지음·박경숙 옮김/308∼632쪽각권 2만2000∼2만7000원·새물결
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와 이름들에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 모른다. ‘세계 대홍수’ 이야기는 세계가 대재앙을 맞이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2012’가 현대적으로 번안한 원형이고, 등장인물인 유디스트라 삼형제가 삼국지 속 유비 관우 장비를 빼닮았다는 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부조물도 알고 보면 이 책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그린 것이라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바라따 족의 전쟁에 관한 대설화’라는 뜻의 이 책은 기원전 14∼10세기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사촌 간인 ‘빤다와’ 형제들과 ‘까우라와’ 형제들 사이의 전쟁과 그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힌두사상의 핵심을 담은 ‘바그바드 기타’(성스러운 신에 대한 찬가)도 그 일부다. 1만 년간 인도인의 지혜와 상상력의 보고로 자리매김해온 이 책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합한 것의 약 8배 길이에 달한다.
한때 ‘인도를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이 새삼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라고 믿는 인도인들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