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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가장 넓고 깊은 마하바라따 스토리

입력 | 2012-09-15 03:00:00

◇마하바라따 1∼5/위야사 지음·박경숙 옮김/308∼632쪽
각권 2만2000∼2만7000원·새물결




괴이한 이름, 복잡한 족보, 뜬금없는 저주들….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본다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낯선 구성요소다. 산스크리트어 원문의 뜻을 최대한 살려 옮긴 탓에 한국어를 읽는 건지, 외국어를 읽는 건지 머리가 아파온다. 신을 포함한 등장인물 이름만도 2000개가 훌쩍 넘는다. 그러나 현재 출간된 5권까지는 고작 4분의 1에 불과하다. 20권까지 번역이 완결되려면 15권이나 남았다.

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와 이름들에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 모른다. ‘세계 대홍수’ 이야기는 세계가 대재앙을 맞이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2012’가 현대적으로 번안한 원형이고, 등장인물인 유디스트라 삼형제가 삼국지 속 유비 관우 장비를 빼닮았다는 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부조물도 알고 보면 이 책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그린 것이라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바라따 족의 전쟁에 관한 대설화’라는 뜻의 이 책은 기원전 14∼10세기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사촌 간인 ‘빤다와’ 형제들과 ‘까우라와’ 형제들 사이의 전쟁과 그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힌두사상의 핵심을 담은 ‘바그바드 기타’(성스러운 신에 대한 찬가)도 그 일부다. 1만 년간 인도인의 지혜와 상상력의 보고로 자리매김해온 이 책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합한 것의 약 8배 길이에 달한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연극연출가 피터 브룩은 1905년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서 이 장대한 고전을 9시간 분량의 연극으로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타이타닉’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도 “마하바라따를 영화화하는 것이 필생의 꿈”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마하바라따에 비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순진한 편”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때 ‘인도를 준다 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이 새삼 부끄러워질 수도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따에 있나니, 마하바라따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도다’라고 믿는 인도인들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