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는 전세를 원하지만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는 탓에 전셋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매매가를 역전하는 현상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16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포항 외에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요자들이 꺼리는 1, 2층 매매가격이 전세금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을 꺼리는 대신 전세를 찾으면서 전세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추세도 전셋집 부족을 부추겼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집값 상승의 기대가 거의 없다보니 집주인들이 높은 임대료로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은 광주 77.1%, 경북 74.3%, 대구 72.7% 등 전국 평균 61.7%를 크게 웃돈다.
수도권에서는 워낙 아파트 가격이 높다보니 전세금이 매매가를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고가 전세 아파트는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4만3248채였던 서울의 고가 전세아파트는 5년여 만인 16일 현재 10만9297채로 증가했다. 고가 전세아파트의 기준은 소득세법상 고가 주택으로 분류하는 9억 원에다 현재 서울 평균 전세가 비율(49%)을 적용해 산출된다. 마포구는 2008년 68채에 불과하던 고가 전세아파트가 올 9월 1954채로 28.7배 증가했다.
전세금 고공비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자는 드물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향후 집값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돈이 있어도 전세를 선호한다"며 "주택을 보유하면 세금 부담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전세금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