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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얼음골 아저씨’ 따뜻한 마음 못잊어∼

입력 | 2012-09-17 03:00:00

청주 상당산성 등산객 위해 15년간 등산로에 얼음 운반
故 김흥환 씨 추모행사




충북 청주시민들의 대표 등산로인 상당산성에 15년간 얼음을 가져다 놓아 등산객들의 더위를 식혀 줬던 고 김흥환 씨. 충북도 제공

“등산객들의 더위를 식혀주던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 잊지 않을게요.”

충북 청주 시민들의 대표 등산로인 상당산성(해발 491.5m)에 겨울을 제외하고 15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얼음을 갖다 놓았던 ‘얼음골 아저씨’ 고 김흥환 씨(53)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15일 열렸다. 김 씨 유족과 지인들이 청주시의 협조를 받아 마련한 추모행사는 기부금 모금과 김 씨의 생전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전, 추모패 헌정 순으로 진행됐다. 모금된 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이시종 충북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강호동 충북도 행정국장은 김 씨 유가족에게 고인의 얼굴이 새겨진 추모패를 전달했다. 또 얼음골의 유래를 설명하는 추모표찰 ‘얼음골 이야기’를 생전에 고인이 얼음을 가져다 놓았던 곳의 인근 나무에 걸었다.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의 목재로 만든 이 표지판에는 김 씨가 얼음을 가져다 놓은 사연이 적혀 있다. 당초 충북도는 추모비를 세울 계획이었지만 문화재보호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어 추모패와 추모 표찰로 대신했다.

김 씨는 상당산성 서문에서 아이스크림 좌판을 하면서 매일 얼음덩어리 3개(50kg)를 지게로 운반해 산성 중턱 등산로 쉼터에 갖다 놓았다. 등산객들은 이 얼음으로 더위를 식혔고 그를 ‘얼음골 아저씨’로 불렀다. 생전에 김 씨는 좌판을 해 번 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지난달 25일 상당산성 서문 등산로에서 짐이 가득 실린 자신의 오토바이에 깔려 숨졌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