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북소리 축제 개막… 북어워드 첫 수상자 中첸리췬 e메일 인터뷰
중국의 인문학자 첸리췬 전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는 자신이 쓴 ‘마오쩌둥 시대와 포스트 마오쩌둥 시대’를 중국 대륙 젊은이들이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파주북소리 2012 제공
1980년대 이래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문학자로 꼽혀온 첸리췬(錢理群·73) 전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가 ‘파주 북어워드’의 저작상(Writing)을 수상했다. ‘파주 북어워드’는 15일 개막해 23일까지 열리는 파주북소리 2012 축제에서 올해 첫선을 보이는 아시아권 대상의 출판문화상이다.
첸 교수는 한때 문화대혁명의 선봉에 섰던 일을 참회하면서 “문혁이 기존 체제의 근본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새로운 관료기구와 독재를 낳았다”고 비판해 왔다. 2006년 문화대혁명 4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그는 “문혁이 끝난 뒤 오류를 깨달았음에도 혁명을 전면 부정하지 못했다”며 “1980년대에야 그 반인도적이고 반문화적인 본질을 알게 된 후 문혁 중 수많은 폭력을 용인했던 데 심한 가책을 느꼈다”고 토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보 2006년 10월 17일자 A23면
첸리췬 前베이징대 교수 “문화혁명은 비겁한 저항이었다”
한국에서 이달 내 출간 예정인 ‘마오쩌둥 시대와 포스트 마오쩌둥 시대’(한울)는 그의 수상을 결정지은 대표작. 이 책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에도 여전히 마오이즘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현재 중국 사회를 비판한다. 1978년 이후 중국의 사상해방운동이 범한 가장 큰 오류는 마오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과학적 비판을 명확히 제기하지 못했던 점이며, 비판이 완성되지 못하면 중국 사상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는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첸 교수는 중국에서 저술 활동을 하는 데 대해 “처벌이 두렵다기보다 출판사나 다른 이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지식인들의 공허함을 다룬 ‘나의 정신자서전’으로 최근 베이징도서관으로부터 상을 받았지만 “검열로 6만 자나 삭제된 채 출판된 것이라 기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루쉰 연구의 1인자로 알려졌던 그는 마오에 대한 비판적 연구자가 된 데 대해 “마오를 다루는 것은 대학의 ‘금지선’을 넘는 행위라 퇴직 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오쩌둥…’은 대만(1월), 홍콩(6월)에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차례로 출간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현실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큰 처벌이다. 원래 이 책을 그 시절의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중국 대륙의 젊은이들을 위해 썼기 때문이다.”
그는 1981∼2002년 베이징대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10명의 교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당국이 나를 축출하려 하는 등 외압에 시달릴 때마다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 지지해줬다. 이는 살면서 무엇보다도 귀중하게 여기는 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1998년 공개강연에서 중국의 교육제도를 비판한 후 2002년 교수직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퇴임했다. 이 직후 발표한 저서 ‘망각을 거부하라’는 문화혁명, 톈안먼사태 등 민감한 사건의 공론화를 중국 정부가 규제하는 데 반대하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